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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장발장 준강도상해

  • 작성자: 김용현 변호사
  • 작성일: 2024-07-26 13:50
  • 조회수: 223

https://news.koreanbar.or.kr/news/articleView.html?idxno=30733

판례평석

-이종준 변호사-

 

체포면탈 목적의 준강도가 강도상해로 처벌받는 것은 가혹한 것이 아닐까?

-대법원 1990. 2. 27. 선고 892532 판결-

 

1. 머릿글

 

. 대법원 1990. 2. 27. 선고 892532 판결은 형법 제335조의 조문 가운데 절도운운함은 절도기수범과 절도미수범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고 준강도가 사람을 상해했을 때에는 형법 제337조의 강도상해죄가 성립된다고 한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도 2008. 12. 26. 선고 2006헌바16 사건에서 준강도의 성립요건을 대법원 판례와 같이 폭행·협박이 절도의 기회에 행하여져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정도도 강도죄의 경우와 같아야 한다고 이해하는 한 준강도죄와 강도죄 사이에는 재물탈취 및 폭행·협박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동일성이 인정되고 따라서 같게 취급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므로 그에 대하여 같은 법정형을 규정한 것이 다른 것을 같게취급하는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하면서, 준강도의 성립과, 준강도에 대해 강도상해를 적용하는 것을 합헌으로 보고 있다.

 

. 그런데, 절도 미수와 상해죄의 실체적 경합범으로 볼 수도 있는 행위를, 강도상해로 처벌함으로써, 살인죄보다 무거운 죄가 되고, 결국 집행유예가 불가능한 범죄로 처벌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형벌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준강도에 관한 현재 재판실무가 강도죄의 폭행협박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정도의 폭행협박에도 모두 준강도 성립을 인정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더욱 더 가혹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 이하에서는, 특히 체포 면탈 목적의 준강도를 중심으로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2. 형법 제335조 중 체포를 면탈하거나부분의 위헌성

 

. 비례원칙 위반 내지 형벌의 체계정당성 위반

 

(1) 책임 없는 형벌은 없고, 책임이 있더라도, 형벌은 책임의 양에 비례하여야 할 것이다. 지나치게 가혹한 형벌은, 사회질서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치는 원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2) 강도는,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이하 재물’)을 위하여 폭행과 협박으로 사람을 해치는 범죄이다. 치밀하든 말든 간에, 폭행협박 단계부터 계획적인 범행이고, 인명을 경시하고, 재물을 인간보다 더 상위에 놓고 저지르는 범죄라는 점에 그 반사회성이 높은 범죄이다. 그리하여, 주로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살인에 비해, 더 중한 범죄로 처벌받고 있다.

 

(3) 준강도는, 절도가 재물탈환에 항거 목적, 체포면탈 목적, 증거인멸목적 등으로 폭행협박할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다. 사람을 해칠 생각 없이 몰래 재물을 훔치다가 발각된 경우, 당시의 상황을 모면하려고 우발적으로 저지르는 범죄인 바 범죄의 계획성라는 측면이나 인명 경시라는 측면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강도보다는 가벼운 범죄라고 할 것이다.

 

(4) 체포면탈의 경우(법문에, 재물탈환의 경우도 별도로 예시되어 있으므로, 체포면탈의 경우는, 재물이 이미 반환된 상태 또는 절도가 기수에 이르지 않은 상태를 전제로 한 것으로 사료된다.)에도 준강도로 처벌하고 나아가 강도상해범으로 처벌하는 것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이유로, 지나치게 무거운 형벌이라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재물탈환을 항거하기 위한 폭행협박은, 여전히 인간보다 재물을 더 귀하게 여기는 행위이므로 비난가능성이 강도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절도가 발각되어 체포를 면하기 위한 폭행 협박은, 범죄행위자의 목표가 재물을 향해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향해 있는 것이다. 재물을 던져 버리고 도망을 가는 절도범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절도범이 피해자에게 범한 폭행 협박은, 인간보다 재물을 더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아니라 처벌을 모면하려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일으킬 수 있는, 본능적인 행위인 것이다. 재물을 탈환당하지 않으려고 행하는 폭행협박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형법은, 친족상도례 규정을 두고 있으며, 대법원은 자신을 위한 증거인멸행위를 범죄로 다루지 않고 있다.(대법원 1995. 9. 29. 선고 942608 판결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피고인 자신이 직접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그 증거가 될 자료를 인멸하였다면, 그 행위가 동시에 다른 공범자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증거인멸죄로 다스릴 수 없고, 이러한 법리는 그 행위가 피고인의 공범자가 아닌 자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헌법은 무죄추정원칙, 진술거부권 등을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우리 형사법 체계에 비추어 생각해 보면, 절도가 발각되어, 재물과는 상관없이, 체포당하지 않으려고, 우발적으로(그것이 장기간의 치밀한 계획이든, 순간적으로 재물을 보고 탐심이 생겨서 갑작스러운 것이든 간에, 강도는, 폭행협박이 애초에 범행의 전체 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것임에 비해, 준강도는, 폭행협박이 애초에 범행의 전체 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저지르는 것이라는 점에서, 우발적인 행위라고 할 것이다.) 일어난 것이라는 점에서, 그것이 별개의 폭행협박으로 처벌받을 수는 있겠으나, 재물을 강취하기 위한 강도와 동일하게 처벌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형법은 준강간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준강간을 강간범과 동일하게 다루는 것은 크게 이상하지 않다. 준강간이 적절한 것이라는 이미지로부터, 같은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준강도도 적절한 것이라고 보는 것은, 선입견에 불과한 것이다. 폭행협박으로 의사를 제압한 상태에서 간음으로 나아가는 행위나, 폭행협박이 있었던 것과 동일한 의사 제압상태를 악용하여 간음하는 행위는, 비록 동일한 행위는 아니겠지만, 동가치로서, 그에 준하는 행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제압 + 간음) 그러나, 체포면탈 목적의 준강도의 경우에는, 준강간과 같은 구조로 규정에 되어 있지 않다. 폭행협박으로 의사가 제압된 상태를 이용하여 재물강취로 이어지는 행위(의사제압 + 재물취득)가 아니라, 재물을 계속하여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이를테면 재물이 이미 다 탈환된 상황에서도, 체포를 면하기 위하여 폭행협박을 하는 것으로서, 재물죄의 본질적 요소가 사라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강도의 준강도를 부정하는 입장인 바 (대법원 1992. 7. 28. 선고 92917 판결 절도범인이 체포를 면탈할 목적으로 경찰관에게 폭행 협박을 가한 때에는 준강도죄와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하고 양죄는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으나, 강도범인이 체포를 면탈할 목적으로 경찰관에게 폭행을 가한 때에는 강도죄와 공무집행방해죄는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고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다.”) 강도범이, 폭행 협박하고 나아가 재물을 강취한 후 도망가다가 추가로 체포면탈의 목적으로 폭행협박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위 경우를 준강도와 비교해 보면, 절도범이 몰래 절취하려다가 들켜 재물을 포기하고, 도망가는데, 체포를 하려는 자가 추격해오자, 체포 면탈 목적으로 폭행협박하는 것이 준강도인데, 위 두 행위는 불법성의 정도가 현저히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 나아가 강도상해까지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은 비례원칙에 반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준강도 -> 강도-> 강도상해라는 2단계의 위헌적인 법적용으로 니해, 현대판 장발장이 탄생하는 것이다.

 

3. 형법 제337조를, 체포면탈 목적 준강도에 적용하는 경우의 위헌성

 

. 비례원칙 위반 내지 형벌의 체계정당성 위반

 

체포 면탈 목적의 준강도를 강도로 처벌하고, 상해가 있을 경우 강도상해로 처벌하는 것은, 2단의 준용으로 인해, 형벌이 가혹하여, 비례원칙에 반한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 죄형법정주의 위반

 

(1) 형법 335조는 ‘333(강도) 334(특수강도)의 예에 따른다고만 규정할 뿐, 다시 준강도에 대해 337조의 예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2) 형법 337조는, 강도가 범행의 주체이다. 335조는 준강도이고 절도가 범행의 주체이다. 강도범은 고의범이고 준강도범은 목적범이다. 강도는, 처음부터 폭행협박이 전체 범행계획의 일부로 기획되지만, 준강도의 폭행협박은 범행 발각 후 체포 모면이라는 우연한 사정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강도와 체포면탈 목적의 준강도는 본질적으로 다른 독립된 범죄이다.

 

(3) 준강도에 대하여 강도상해를 적용하는 것은, 법률의 문언을 벗어나, 형벌의 범위를 확대시키는 유추적용이라고 할 수 있다.

 

4. 맺음말

 

중국의 진시황은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황제인데, 가혹한 형벌을 사용하는 바람에, 15년만에 나라가 멸망하고 말았다. 멸망의 도화선은 진승 오광의 난이었는데, 당시 징발에 늦게 도착하면, 도착하는 즉시 사형에 처하였는데, 진승과 오광이 기일을 놓치고는, “어차피 죽임을 당할 바에는 나라를 세우고 죽자며 봉기하였던 것이다. 진나라를 이어 한나라를 세운 유방이, 민심을 끌어들이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약법 3장이라는 것이었다.

 

오늘날 형벌제도는 응보주의를 극복하고, 교정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형벌의 목적이 단순히 범죄인을 처벌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갱생하도록 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가혹한 처벌은 범죄자와 사회 사이에 놓여 있는 황금다리를 끊어버리는 것으로, 범죄를 예방하는 것에 한계가 있으며, 범죄자를 사회와 격리시켜 범죄로부터 사회와 국민을 보호함과 동시에 그들을 교육하여 재범을 방지하고 온전한 사회구성원으로 갱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늘날 문명사회의 건전한 양심이다.

 

준강도를 강도상해로 처벌함으로써, 재물을 중시하고 인명을 경시하는 반사회적 범죄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국가의 그 형사정책은, 오히려 국가가 재물을 중시하여 인명을 경시하는 처벌을 하고 있다는 역설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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