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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준의 흠흠의변] '엄벌주의는 폐기된 가치관이다' < 법조 < 기사본문 - 계룡일보 (gyeryongilbo.com)
흠흠欽欽의 변辯
-이종준 변호사-
서울 시청역에서 역주행하던 자동차가 9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운집하는 곳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대형참사이다. 이 자리를 빌어,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충격적인 사고를 당한 그 유족들에게도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하고 싶다.
운전자는 급발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발생한 결과가 너무 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운전자가 처벌을 피하려고 변명하고 있다고 하기도 하고, 대형참사가 발생했는데도 최고형이 5년 밖에 안되니, 이참에 법을 고쳐 더 엄하게 처벌받도록 하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그러나, 엄벌주의는 이미 폐기된 발상이다. 9명이 사망하였으니, 운전자를 9번 살렸다 죽였다 하여야 할까? 처벌을 높인다고 히더라도, 범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민심이 점점 더 흉흉해져 결국에는 더 큰 무질서를 초래하게 된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이념을 최초로 창시한 진나라는, 15년만에 멸망하였다. 멸망의 도화선은 진승 오광의 난이었다. 진시황의 법은, 징발에 늦게 도착하면, 도착하는 즉시 사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진승과 오광이 장마로 인해 징발의 기일을 놓치고는, “어차피 죽임을 당할 바에는 나라를 세우고 죽자”며 봉기하였던 것이다. 중국 최초의 농민 봉기이다. 진나라를 이어 한나라를 세운 유방이, 처음에 민심을 끌어들이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약법 3장이라는 것이었다. 한나라는, 서양에서 로마제국이 한 것처럼, 오늘날 동양문명의 초석을 닦아 놓은 제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의 형벌제도는 응보주의를 극복하고, 교정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형벌의 목적이 단순히 범죄인을 처벌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갱생하도록 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가혹한 처벌은 범죄자와 사회 사이에 놓여 있는 황금다리를 끊어버리는 것으로, 범죄를 예방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범죄자를 교육하여 재범을 방지하고 온전한 사회구성원으로 갱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늘날 문명사회의 일반적인 가치관인 것이다. 그래서 처벌이 이루어지는 시설의 명칭도 감옥이 아니라 교도소다.
공자는 ‘법으로 통제하고, 형벌로써 다스리면 백성이 이를 모면하려고 할 뿐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덕으로 인도하고 예로써 다스리면 부끄러움을 알고 또 바로잡을 수 있다.’고 한다. 당장 감정적으로는 엄하게 처벌하고 싶지만, 무죄추정의 이치에 따라, 일방통행 도로 구조를 다시 계산해 보고, 차량의 위험한 구조에 대해 면밀히 살펴 보면서, 처벌을 하더라도, 범죄자가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여야 하지 않을까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