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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조차 '허락'받아야 하는 청년 창업가들

  • 작성자: 김용현 변호사
  • 작성일: 2026-07-17 21:21
  • 조회수: 36

 

한 청년 창업가가 있다. 기술 하나를 믿고 스타트업을 세웠고, 사모펀드와 신용보증기금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스타트업의 속성상 초기 투자금은 기술개발과 인건비, 사무실 임차료 같은 고정경비에 먼저 들어간다. 매출은 기술이 완성되고 시장이 열릴 때까지 수년을 기다려야 나온다. 그 사이를 버티게 해 주는 것이 후속 투자다. 그런데 최근과 같은 유동성 위기로 후속 투자가 끊기면 어떻게 되는가. 직원 월급조차 줄 수 없게 되고, 회사의 영속은 불가능해진다. 이것은 경영의 실패이기 이전에 자금시장의 경색이 만든 구조적 결과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사업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면 회사를 법적으로 정리하고 창업가가 재기할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 '정리'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투자계약서 때문이다. 통상의 투자계약서는 해산·청산·파산 신청과 같은 중대한 결정에 대해 투자자의 사전 서면동의를 요구한다. 회사가 파산하려면 투자자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투자자가 동의해 주면 될 일 아닌가. 필자가 실제 투자자인 사모펀드 측과 협의해 본 경험으로는, 투자자들도 사업이 사실상 실패했고 파산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투자자가 서면동의를 하려면 '정말 망했는지'를 확인하는 실사를 거쳐야 하고, 실사에는 비용이 든다. 이미 망한 회사에는 그 실사비용을 지출할 여력이 없다. 투자자 역시 회수 가능성이 없는 회사에 추가 비용을 넣을 명분이 없다. 누구의 악의도 아닌데, 결과적으로 아무도 동의서에 서명하지 못하는 교착이 발생한다.

 

파산을 못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청년 창업가는 '망한 회사의 대표이사'라는 지위에 계속 묶인다. 기존 회사의 채무와 보증이 정리되지 않은 채 남아 있으니, 새로운 법인을 설립할 수도, 새로운 투자를 받을 수도 없다. 재기를 돕겠다던 투자가 거꾸로 재기를 막는 족쇄가 되는 것이다.

 

현행 제도가 이 지점을 비켜 가 있다는 점도 짚어야 한다. 개인회생·개인파산 제도, 재창업 지원, 폐업 지원 사업은 대부분 개인사업자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투자를 받은 청년 스타트업은 법인이다. 법인의 파산과 그 대표이사의 채무 정리라는, 청년 창업 생태계의 가장 아픈 지점에는 정작 제도의 손길이 닿지 않는다.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의 창업 지원 예산을 편성하며 '들어가는 문'을 넓히는 동안, '나오는 문'은 잠겨 있었던 셈이다. 다음 회에서는 이 잠긴 문을 여는 구체적 제도 개선 방안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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